내일의 스마트 홈 2 - 스마트 홈 시작하기

스마트 홈 구축 전 알아두어야 할 것들.
IoT
2020년 11월 15일

4 분

지난 글에서 스마트 홈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시작을 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가 첫 걸음부터 덤블링을 한 건 아닌 것처럼, 차근차근 인내심을 가지고 한 걸음 씩 내딛어보자.

스마트 홈을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

스마트 홈 구축을 시작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플랫폼 선택이다. 스마트 홈의 역사가 그리 길지않다보니 이 쪽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와 다를게 없어, 어느 한 플랫폼에 ‘잘못’ 종속되면 스마트 홈을 구축하는데에 매우 번거로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마트 홈에 가장 중요한 것이 ‘통합 관리 기능’이라, 연동이 되지 못하고 혼자 동떨어진 플랫폼이 생기게 된다면 스마트 홈을 구축하는 이유가 없게된다. 그러므로 구축하는 본인의 상황이나 능력 정도에 맞춰 메인 플랫폼을 잘 선택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삼성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필두로 Apple의 홈킷(Homekit), 세상 모든 것을 다 삼켜버릴 샤오미, 호환성이 뛰어난 오픈 소스 플랫폼인 HA(Home Assistant) 등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며 각각의 플랫폼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내 경우에는 집에 애플 기기로 도배 되다시피 한 상황이라(판사님 저는 의도적으로 그런것이 아닙니다) 메인 플랫폼을 홈킷으로 가져가고, 샤오미나 로지텍 하모니 등 홈킷 공식 지원이 아닌 기기들을 연동하기 위해 HA와 홈브릿지(Homebridge)를 추가로 선택했다.

*홈킷은 애플 생태계를 위한 스마트 홈 플랫폼으로, UI가 깔끔하고 쉽지만 공식 지원 기기들이 비싼 축에 속하는 단점이 있다. 홈브릿지는 공식 지원이 되지 않는 IoT 기기를 홈킷에 연결하기 위한 커넥터 역할을 하며 어느 정도 CLI나 json에 익숙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이마저도 나름 쉬운 편이다..)

시작은 소소하게, 간단하게

우리가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할 때처럼, 스마트 홈 역시 차근차근 쉬운 것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프로그래밍과 전기 지식이 다수 필요한 월패드나 온도 조절기 연동을 손대는 순간, 골이 깨지는 것은 물론 심하면 집(또는 본인)을 홀라당 태워먹을 수도 있다. 메인 플랫폼을 대략적으로 결정했으니, 겸손한 자세로 설치가 쉬운 정식 지원 제품부터 사용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지원 플랫폼이 많은 필립스 휴 조명 브릿지 세트나, 어느 플랫폼에도 붙일 수 있는 스마트싱스를 추천한다. 정식 지원 제품들로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보면 작동원리든, 자동화든 어느 정도 감이 잡힐 것이다.

스마트 홈 구축은 끝 없는 공부와 시행 착오의 연속

스마트 홈은 AS보다는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연동된 모든 기기를 유지보수 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을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수능 시절처럼 빡세게 공부한다기보다는 취미 생활을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느긋하게 직접 구성해보자. 무언가 만들어지기 전에 먼저 질려버리면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는 셈이다.

웬만하면 통신사 솔루션은 선택하지 마세요

국내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스마트 홈 플랫폼은 애초에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것이 낫다. 플랫폼을 독점 먹거리로 생각한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IoT 기기 간의 연동성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사의 월정액 서비스로 가입한 영역에서만 활용하게끔 판매하고 있다. 또한 설정할 수 있는 기능 역시 단순하여, 좀 더 복잡한 자동화에 한계가 있다.

IoT는 아직 교통 정리가 된 상황이 아니어서 지금은 그 생태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한데, 통신사들은 자꾸 작은 기능 하나로 돈 벌 궁리만 하고 있으니, 미래가 길게 보이는 플랫폼은 아니다. SMS 알림을 지원한다거나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도 있지만, 결국에는 좀 더 연동성이 좋은 기기들로 교체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다. 우리는 제한된 자원(시간과 금전)으로 살아가므로, 중복 투자는 미리 방지하자.

다시 한 번, 절대 서두르지 말 것

정리하자면, 스마트 홈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장 본인 상황에 맞는 플랫폼을 선정하고, 정식 지원 기기를 가지고 놀며 감을 얻은 뒤, 이것 저것 공부하며 시행 착오를 통해 원하는 스마트 홈을 만들어가는 것, 이러한 진행 과정을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느긋하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고 싶다. 구축 초기에 필요한 정보는 거의 대부분 구글신이 이미 가지고 계시니, 굳건한 믿음과 두둑한 지갑을 준비하라. 과정과 결과를 즐기다 보면, 점점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