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프로를 시작으로 아이패드 프로 3세대, 아이폰 11 프로까지 들이면서 내 책상에는 자의 반 타의 반 '프로' 라인업이 완성됐다. 겉치레만 '프로페셔널'해지는 가운데, 애플은 에어팟에 또 '프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라인업으로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인이어를 출시했다.
아이폰에 이어 에어팟까지 프로 네이밍을 붙인 이유가 프로급 마진(Margin by California)을 원해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러나 에어팟 프로를 몇 일간 사용해본 결과 '프로'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딸린 커널형 코드리스 이어폰은 이미 존재해왔지만, 애플 특유의 'It Just Works'를 통해 이 가격대에서 가장 쓸만한 노이즈 캔슬링 코드리스 이어폰을 만들어냈다. 기존 에어팟 보다 50$ 더 높은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으나 지금은 조금이라도 빨리 살걸, 후회하는 에어팟 프로를 하나하나 뜯어본다.
오픈형에 가까운 편안한 착용감
애플은 에어팟 프로의 첫 번째 마케팅 포인트로 편안한 착용감을 강조한다. 오픈형인 기존 에어팟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커널형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커널형은 구조상 오픈형보다 차음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래 착용하고 있을 경우 이압이 높아져 압박감이 느껴지거나 심하면 통증까지 느껴질 수 있는 단점이 있었다. 애플은 이어팁 안 쪽에 두 개의 작은 통풍구를 뚫어 이러한 현상을 '완화'했다. 확실히 다른 커널형 이어폰보다 훨씬 가벼운 느낌은 분명하지만, 이어팁이 귀에 잘 맞지 않을 경우 압박감이 느껴지는 건 동일하므로 꼭 사이즈 별로 제공되는 추가 이어팁을 바꿔가며 테스트 해보자.
참고로 에어팟 프로는 이어팁이 귀에 피팅 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이어팁 착용 테스트'를 제공한다. 밀착 정도를 알려주는 UI인데, 웬만큼 귀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면 '밀착 정도 양호'가 표시되는 걸 보아 정말 참고 정도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놀랍도록 잘 다듬어진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보통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하면 쉬이익-하는 히싱 노이즈(Hissing noise)가 있거나 약간 먹먹한 물속에 있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운데, 이는 노이즈 캔슬링에 잔뼈가 굵은 보스나 소니도 마찬가지다. 에어팟 프로는 놀랍게도 이러한 어색함을 대부분 해결했다. 에어팟 프로를 착용하면 슈우욱-하는 미세한 소리와 함께 주변이 멀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그 상태로 오래 있다보면 노캔을 사용하는 중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노캔을 끄고 켜는 행동을 통해 비로소 "내가 노캔을 사용하고 있구나" 하게 된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 능력은 대중교통을 끼얹은 출퇴근길에서 특히 빛난다. 버스의 중후한 배기음이나 지하철의 시끄러운 마찰음,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오는 자잘한 소음들을 상쇄시킨다. 물론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는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지만 멀리서 들리게끔 처리함으로써 몸은 무겁지만 마음만은 가볍게 해주는 고마운 인이어다.(그러나 월요일 만은 막을 수 없었다)
에어팟 프로는 세 가지의 노이즈 캔슬링 설정이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 활성화된 상태의 노이즈 감쇠 모드와 비활성화 상태의 끔 모드, 마지막으로 또 다른 핵심 기능인 노이즈 수용 모드다. 영문판에서는 'Transparency' 모드인데, 실제로 타 노캔 기기보다 훨씬 깔끔하고 투명하게 외부음을 투과시켜준다. 노이즈 캔슬링을 완전히 끈 상태와 비교해보면 이 모드에 꽤나 신경썼음을 알 수 있다.
소리는 편안해야 한다는 주의라면
사실 주문한 에어팟 프로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음색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이전에 즐겨 사용했던 음향기기 중 대표적인 것들이 보스 인이어, 아토믹플로이드 미니다츠 등 저음 성향이 강한 '극V자형' 이어폰이었던 것에 반해 에어팟은 좀 더 플랫에 가까운 대중적인 세팅일 것이라는 이유였다.
우선 에어팟 프로의 음색은 예상대로 대중적인 세팅은 맞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무난하게 재생하는 올라운더 형이다. 다만 사람들마다 에어팟 프로의 음색에 대한 평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이는 사용자의 귀 내부 형태에 따라 자동 조정해주는 적응형 EQ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저음이 좀 더 풍부하게 깔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EQ로 저음역을 조금 손봐서 들어보았는데, 중음역이 살짝 묻히긴 하지만 기본기가 좋아 그런지 꽤 만족할 만한 소리가 났다. 전체적으로 편하게 오래 들을 수 있는 튜닝인 느낌이었다.
이만한 노이즈 캔슬링 코드리스는 지금 없어요
프로 네이밍의 이유가 에어팟 프로를 만들기 위해 공밀레당한 엔지니어들을 기리기 위함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게다가 에어팟의 편의성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음질은 소폭 상향, 위화감없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까지. 확실히 이번 에어팟 프로도 잘 팔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러니 33만원이라는 가격표는 생각하지 말고 빨리 지갑을 열도록 하자. 그동안 배송예정일은 점점 뒤로 밀려날 것이기 때문에.
Comment
애플이 말합니다. 이래도 안살꺼야?
Rating
4.5
Pros
에어팟의 편의성은 그대로
놀랍도록 잘 다듬어진 노이즈 캔슬링
노캔 코드리스 임에도 작은 크기
최고의 통화 품질과 시리
대부분 만족할 만한 음색과 음질
안드로이드에서도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정도 성능이면 사실상 가성비 템이다
Cons
이정도 성능이라도 사실 비싸다
콩나물이 진화해서 모다피가 되었다
케이스 뚜껑은 여전히 유격이 있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약간의 음질 손해를 본다
이정도 성능이더라도 사실 비싸다